식탐여행자/2009 국토종단

화대종주

11월... 2009. 6. 9. 18:30

지리산 종주를 이야기 할때... 가장 classic 한 코스를 꼽으라면.....

화.대.종.주.를 꼽는다....

 

태극종주... 백두대간... 정맥??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화엄사에서 시작에서 대원사롤 내려오는 화대종주를 정통 종주로 친다...

성삼재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게 된 후로.....

성삼재에서 시작해서 중산리나 백무동으로 내려오는 2박4일 또는 1박 3일 코스가 가장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코스다...

새벽에 구례구역에서 만원이면 성삼재까지 올라갈 수 있고... 요즘은 군내버스도 운행하니..

주말을 이용하여 종주를 하는 이들에겐 간편한(?) 코스이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화대종주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사천총각의 국토종단에 합류 하기로 하고 내려가는 중에도...

등산 스틱과 등산화를 준비한 이유는... 혹시나 지리산을 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때문이었다...

사천총각과의 코스 논의를 하다가... 사천총각도 지리산에 가고 싶어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리는 주저없이... 화대종주를 택하게 되었다..... 빙고..

 

첫날.

지리산 오르기 전날... 8시경에도 화엄사 입장료 징수원이 나와있는것을 확인하고...

(화엄사는 입장료가 3,000원이다.... 두사람이면 6,000원... 가히 살인적이다...)

7시 전에 입구를 통과하기 위해 새벽부터 서두른다..

전날 준비한 커다란 참외 3알에.. 쌀 1KG 각종 캔... 물.. 밑반찬.. 4홉자리 소주 2병.... 와인 한병.... 맥주 두캔.... 

걷다가 주은 매실 넣어 만든 사제 매실주 한병.. ㅋ

각자 무게가 15kg은 훌쩍 넘기는 배낭를 매고... 거의 뛰다시피 화엄사 입구 통과..... 성공....

일단 산문을 지난 후.. 화장실도 가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 참외도 한개 먹어 치운다....

 

첫날은 노고단까지만 가기로 했기에 쉬엄쉬엄 오르는데도... 힘이 부친다....

첫날은 배낭 무게가 가장 무거운데.... 가파른 오르막만 계속되니... 힘이 들 수 밖에...

30분 오르고 10분 쉬고를 반복 하며 오르는데... 막판 코재에서는 20분 오르고 쉬기도 힘들다.....

중간중간 어제 삶아 준비한 계란도 깨먹고... 사천총각은 자꾸 물을 흘려 버린다.... ㅋ

 

코재를 올라 노고단길 언덕에 오르니 12시 10분전....

지도에 4시간이라 나와있는 거리를 5시간 걸렸다......

노고단 대피소로 향하는 S자 코스 길을 오르다 보면 오른쪽에 계단으로 된 지름길이 나온다....

돌아가는 길 1km 지름길 300m.... 당연히 Pass 급할 것 없다... 지긋지긋한 오르막....

노고단 대피소에서 간단히 점심을 하고... 맨몸으로 노고단에 오른다.....

그간 숱하게 노고단을 지났지만.... 항상 새벽이었는지라.. 노고단엔 오르지 못했었다....

노고단 개방시간 10:00 ~ 15:00........ 딱 공무원 스타일이다.....

노고단에 오르니.... 구례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아래에 있는것과 쌍둥이인 돌탑도 있고......

모.. 별거 없다..... 감흥이 없네.........

 

내려와서 가장 무거운 참외를 깍아서 안주를 한다...

옆자리에 부부게게 참외를 깍아 드리니.... 소주잔을 내미신다.... ㅎ

내일은 갈 길이 멀어 술은 자제하기로 하고 빈둥거리는데... 사천총각은 위성DMB 잡느라 여념이 없다..

오늘이 노무현 전대통령 발인이다....................................................................................

 

해바라기 중.... 한 부부가 섬삼재로 내려가면서 대피소 예약권을 준고 간다....

1박 하려고 했는데 일정을 모두 마쳐서 필요가 없어졌단다....

우리도 비박인데..... 혹시나 해서 필요한 사람을 찾아보는데..... 모두 예약 완료했단다....

휴지조각이 되어버리는군..... 16,000원인데..... ㅡㅡ;;

암튼 감사합니다.....^^;

 

낮에 테이블에 앉아 해바라기 할 때.... 땀을 바가지로 흘리며 낑낑 거리고 올라온 남자가 있어서...

박수를 짝짝~ 쳐주며 '수고하셨습니다~..' 라고 해주었더니.... 기억 하고 있었나 보다...

취사장으로 들어와서 술을 같이 하잔다.....

6-7명 정도의 회사에서 온 팀... 양주를 들고 왔다.... 그것도 병으로다가....

플라스틱 병에 옮겨담아 왔으면 그리 안 힘들었을텐데....... 미련이다....

술얻어먹고.... 라면에 햇반에 역시.... 단체는 푸짐하다....

우리도 염치는 있어야겠기에... 마른멸치와 사제 매실주를 내놓았다....

 

술자리가 끝나고.,... 잠자리를 보고 있는데 양주 아저씨가 다시 나타났다.....

비장의 와인도 꺼내고... 소주도 꺼내고.... 새벽 2시까지 떠들고 마셨더니.... 온몸이 춥다....

처마 밑은 바람이 불 것 같아서.. 내부의 전시실 바닥으로 자리를 옮긴다.... 사천총각은 밖에 남고....

결과는...... 내부는 시멘트 바닥이라서 더 추웠다......

 

둘째날.

새벽에 성삼재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소리에 잠을 깨고....

간단히 라면으로 아침을 먹고 8시쯤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은 벽소령까지다.....

간밤에 쥐가 쏠았는지 가방 한쪽에 구멍이 나 있다.... 오른쪽 장갑도 보이지 않는다....

사천총각은 헤드랜턴을 잃어버린것 같다......출혈이 큰 밤이었다....

걷는 내내 몸이 춥다..... 걷느라 땀은 나는데도 걸음을 멈추면 바로 한기가 온다....

체내에 열기가 없어서 그런가보다.... 이럴 때에는 햇볕을 받아야 하는데..... 능선 왼편을 따라가기 때문에 햇볕 만나기가 어렵다...

반야봉 입구까지 가서 사섳총각만 올라갔다 오라 하고 나는 쉬기로 한다......

오판이다..... 쉬고있으니 더 춥다.......

한시간 가량 떨고 있으니 사천총각이 내려온다....... 둘 모두 컨디션 꽝이다.....

삼도봉 볕 좋은 자리에서 자리잡고 누워 잠을 자고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한다...

"삼도봉여관인가....?"

가야 할 길은 가야하기에.... 꾸역꾸역 연하천까지 간다.....

연하천에서 자고 가지 않겠냐고 사천총각을 꼬셔보지만..... 벽소령까지 가야한단다....

의지가 대단하다......

벽소령 도착하니 5시경.....

역시나 비박하기 좋은 자리는 다 차지했다..... 그나마 바람이 덜 불것 같은 문 앞에 자리를 잡았다....

토요일의 벽소령은 정말이지 붐빈다....

9시가 지나 간신히 저녁을 먹고.... (진짜 밥이고 뭐고 그냥 쉬고 싶었다....)

모자를 눌러쓰고... 버프로 얼굴 싸매고 양말 신고 있는옷 다입고서도... 추워서 발을 비비면서 잤다....

 

세째날.

간밤에 덜덜 떨면서 잤지만.... 아침부터 햇볕을 맞을 수 있어 좋다.....

어제 저녁 남은 밥에 라면 말아먹고 출발........

사천총각이 따라오질 못한다.....

오른 발목이 아프다며.... 자꾸 자기는 환자라고 우긴다......

힘들어하는 사천총각을 이끌고 세섯까지 가니 12시가 못되었다....

일단 대피소 마루에 누워 낮잠을 자고... 핸드폰 충전도 한다........

볕 좋은 세석 대피소........

원래 계획은 치밭목까지 가는것이었으나.... 일정을 하루 늘려 세석에서 쉬고 가기로 한다....

내일은 치밭목까지 가기로 하고....  시간은 많으니까...........

해바라기하기 가장 좋은 자리인 흡연구역에 앉아 생각을 해보니....

담배와 술이 부족하게 생겼다......

아끼던가.... 아니면.... 구걸하던가..... 어떻게든 되겠지...... ㅡㅡ;;

세석평전을 구경하러 올라간 김에 촛대봉에서 일몰을 기다린다...... 1시간도 넘게 남았는데....

내려갔다가 다시 오기도 뭐하고 해서 그냥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람이 장난 아니다....

둘이서 발을 동동 구르며 추위를 참고.. 결국은 일몰을 보고 내려왔다.....

일요일 밤이라서 그런지 낮에 그 많던 사람들이 밤이 되니 조용하다...

비박장소로 택한 취사장에는 우리뿐이다... 쥐도 한마리 있군.......

취사장 안에서 자니 어제와 다르게 더울 정도다.....

이래서 지저분해도 취사장에서들 자는구나......

 

네째날.

아침에 취사장에서 식사하는 사람들 소리에 잠이 깬다.....

그저께 연하천에서 만났던 아저씨가 다른분들과 어울려 식사를 하고있다......

머리위로 한참이나 올라가는 배낭을 메고 오신 분인데........

압력솥도 챙겨오셨다.... 저런.......

밥을 많이 했다며 빨리 일어나 미역국에 밥 먹으라고 재촉하신다.....

당연히 "감사함니다...~!" 외치고 식기를 들고 사천총각도 깨운다......

미역국에 소고기가 반이다..... 오호... 고기.......

다른쪽에는 어묵탕이 있지만 숟가락이 가지 않는다.......... 역시 고기가....... 최고....

며칠만에 압력솥에 한 쌀밥에 미역국을 배불리 먹으니 기분도 신이난다.......

순천에서 오신 분이라는데...... 근 5년동안 자신만큼 지리산에 다닌 사람은 없을꺼란다....

치밭목까지 간다고 하니.... 그곳 산장지기가 친구라고 하신다....

30kg쯤 나갔을꺼라는 배낭을 매어보니....15kg정도 되는것 같다....

그럼 15kg을 먹어치웠다는 말씀........ 양념통이 왠만한 배낭크기다......

아저씨는 오늘 백무동으로 하산하신다고 한다.......

아쉬움에 인사를 하고..... 우리는 또 출발....

 

장터목에 도착해서 콜라도 한캔 씩 마시고.... 쵸코바와 쵸코파이로 비상식량도 준비한다....

천왕봉에 오르니 12시.... 추위를 걱정헤서 한낮으로 시간을 맞췄다....

벌때가 윙윙거리느 천왕봉에서 잠시 보내고....  치밭목을 향해 걷는다...

처음 가보는 대원사 길......중봉 넘어 싸리봉 넘어 가는데....

사천총각..... 웃음밖에 안나온단다......

좁은 길....좁은 철계단.... 걷는 중 매트리스가 자꾸 걸린다......

이게 진정 지리산인가 싶다........

치밭목 못 미쳐서 마주오는 부부를 만났다.....

이곳까지 오는데 5시간 걸렸단다.... 내려가는데는 4시간 걸릴 것 같은데.... 현재시간 2시.....

하산이 가능한 시간이다.....

막걸리에 대한 목마름으로 하산을 결정한다.....

 

치밭목 대피소에 들려 콜라 한캔 마시며 산장지기에게 인사도 하고..... 급하게 길을 걷는다....

예전에 사람들이... 장터목에서 1박 하고도 대원사 길은 무리라고 했었는데.... 역시나 지루하다.....

꼬부랑꼬부랑.. 오르고 내리고... 너덜지대를 계속 지나간다....

정말.. 대원사길에 비하면 중신리길은 양반이다........ㅡㅡ;;

덥고 힘들고 손바닥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서 스틱이 자꾸 미끄러진다.....

에고 이제 더는 못가겠다.... 한숨 푹푹 쉬면서 걷고 있는데.... 한남자가 오르는 길에 앉아 쉬고 있다.....

한손에는 뿌연 액체를 한잔 들고..... 설마 우유는 아닐테고....

" 그거 혹시 막걸리인가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와버렸다......

맑게 웃으며 한잔 하고 가시라고 한다,.... " 감사합니다..."

두잔을 얻어마시고 힘을 얻어 내려간다.........

 

유평에 들자마자 첫민박집에 들어가 막걸리 한병과 맥주 한병을 비웠다.....

한잔만 하고... 좀 더 내려가 민박 하기 위해 걷는다....

지친 몸에 간만에 막걸리를 마시니..... 알딸딸 취기가 오르고... 둘은 헤벌레 하며 걷는다.... ㅎ

대원사 이르기 직전에 민박이 몇 집 있었는데.... 대원사 지나서 더 있을것으로 생각하고 지나쳐 버렸다....

오판이었다......

두시간을 더 걸어 만난 야영장은 군인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행군 훈련의 취종 집결지로 사용하는가 보다......

세금 들여서 지어놓은 시설을 기껏 군인 훈령용으로 사용하다니..... 답답하다....

하지만 남일 생각할 여력이 없다.... 우리가 원하는 조건....

민박집. 세탁기사용가능. 삼겹살구이가능. 슈퍼인접.

위 조건을 만족하는 민박집을 찾아야 하는데..... 큰길 삼거리까지 나와도 그런 잡은 없다....

화엄사 입구랑 비교할 수 있는 조건이 전혀 아니다.......

결국 택시를 불러 덕산면까지 나간다.... \9,000

 

덕산에 하나 있는 여관은 시설도 엉망이고 3만원이나 달라고 한다.....

하나밖에 없으니 가격 흥정도 없다....

결국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봐서 마을 입구 정자에 자리 잡았다....

삽겹살을 구워 막걸리 한통을 비우고...... 잠이 든다.....

산에서 내려오니 밤이 따뜻하다......

술에 취해 피곤에 취해 자는 중 소란스러워 깨어보니 경찰차가 와있다....

춥지 않겠냐고... 추우면 파출소 숙직실을 내어주겠단다.....

고맙지만 사양합니다......

다시 잠으로........ 정말 피곤하다.............

 

아침으로 돼지국밥에 소주 한잔 하고....... 진주로 나왔다.....

진주역에서 서울가는 기차는 하루 한번... 09:19 ~16:15 7시간이나 걸린다....

버스를 타기로 한다..... 13:30 버스....

아쉬워하는 사천총각.... 담배 한보루를 손에 건네준다.....

혼자 두고 가는것만도 미안한데..... 잘 걸을런지  걱정이 된다.....

미안해요 사천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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