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2009 Annapurna

12/07 안나푸르나 써킷 & ABC 트레킹, High Camp - Thorong La - Muktinath

11월... 2009. 12. 30. 10:55

12/07 High Camp(4925) - Thorong La Pass(5416) - Muktinath(3760), 10시간

 

04:30 아침식사...

갈릭 스프(180RS)와 티베탄 빵(120RS)...

오늘은 쏘롱라를 넘는 날이다...  쏘롱라에 오르면 영하 10˚C 이하로 떨어진다....

카메라를 그냥 가져갔다가는 작동 안할 가능성이 크다.....

카메라를 비닐 팩에 넣어서 가슴속에 품고.... 다리에 스패츠도 차고 준비 완료....

스패츠를 하면 바지 사이로 들어오는 찬 바람을 막아 보온 효과가 있다.... 물론 내복도 입었다.....ㅎ

사천총각은 고소에 시달리고 있다....

걸어서 넘을 수 있을지 결정을 못한다....

디니스는 말을 부르려면 서둘러야 한다고 재촉한다.....

조금 걸어보더니.... 못가겠다고 한다..... 결국 말타고 넘기로 결정.....

쏘롱라 정상까지는 6,000RS...  묵티나트 까지는 15,000RS란다...... 작은 돈은 아니다.....

디니스는 사천총각과 함께 출발 하기로 하고.... 나는 비샤르와 함께 출발.....

아침에 정신이 없어서 H양을 두고 왔다....

혼자 넘는 것이 걱정이 된다며... 함께 데리고 가 달라고 했었는데..... 미안하다.....

 

05:30 출발....

출발하자 마자 비탈길에 눈이 쌓여있다....

헤드 렌턴을 하고 걷고 있지만... 눈길에 두번이나 미끄러졌다..... 오른쪽은 산비탈......

겁이 덜컥 나서 바로 아이젠을 착용한다......

비샤르는 아이젠도 없이 무거운 짐을 메고 잘도 걷는다..... 네팔리 답다.....

한걸음에 호흡 한번씩..... 매 걸음마다 긴장하며 주의를 기울여 걷는다....

숨은 가쁘고 코끝은 얼어오지만 다른 어려움은 없다.....

천천히 걸으니 땀도 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다.......

 

 

Thorong La Pass (World's Biggest Pass, 5416m)

안나푸르나 써킷의 최고의 난코스이다....

일반적으로 이곳을 넘기 전 마낭을 지나면서부터 고소로 고생을 한다 ...

고소를 예방하는 방법은 Garlic Soup 많이 먹기.. Black Tea 많이 마시기.. 무리 안하기... 등등이 있다....

오전 9시를 넘기면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새벽 6시 이전에 출발하는 것이 일반적...

묵티나트 가까워질때까지 롯지가 없기때문에 중간에 식사대용 간식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보통 롯지에서 쿠키를 구입해 준비한다. 

 

 

Thorong La Pass(5416m)... 비샤르가 찍어준 사진.. 뒤쪽에 일본인 할아버지와 포터가 보인다...

 

08:00 쏘롱라 도착...

이곳까지 오는데 열흘이나 걸었다......  

넘치는 감격에 환호를 하고 있는데 먼저 도착한 일본인 할아버지가 환히 웃으며 쿠키를 건네 준다...

첫날 불부레에서는 내가 쿠키를 드렸었는데......

암튼 이 팀 대단하다..... 할아버지도 포터도 건강하고 힘있게 걷는다... 속도도 빠르다.....

오늘도 역시나 제일 먼저 쏘롱라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다...... 멋진 모습이다....

내 아이젠을 보더니 한국산이냐고 묻는다.... 은근 탐나는 모양이다....

내 아이젠..??......... 짚신 아이젠이다....

처음 조금 빼고는 눈이 많지 않았지만... 요놈 아이젠과 스패츠 덕분에 무릎까지 빠지는 눈밭을 맘놓고 뛰어다닐 수 있었다....

길 옆쪽으로 쌓인 눈은 무릎 정도이다.... 중간중간 길을 알려주는 쇠막대기가 서 있는데.... 2m 가 넘는 높이이다...

눈이 많이 내려도 길을 잃지 말라는 표식 같은데... 1m이상은 쌓이는가 보다...

 

말타고 쏘롱라에 오른 사천총각.... 왼쪽은 디니스 오른쪽은 말주인..

 

곧이어 사천총각이 말타고 도착했다...... 

디니스와 얼싸안고... 고맙다고 말해줬다.... 잠시 둘이서 크레이지 모드..... " 내 담배 내놔~~"

디니스와 강풍을 뚫고 어렵게 담배에 불을 붙여 한모금..... 진짜 크레이지다.....

좀 더 즐기고 싶었지만 갈길이 멀다.... 정신이 없어서 사진도 많이 찍지 못했다... 아쉽다....

 

사천총각은 말을 돌려보냈다고 화를 낸다..... 고개넘어 아래까지 데려다 주는줄 알았단다....

정상까지만 타고 오기로 한건 디니스도 알고 나도 알고 있던 일이다..... 자신의 일인데.... 왜 확인 하지 않았을까....?

답답한 노릇이다...

하산을 하는데도 사천총각이 문제다.... 걷지를 못한다.....

자신은 심각하다고 하는데.... 디니스와 이야기 해보니.... 일단 걸을 수 있으면 큰 문제가 아니란다....

걸을 수 있으면 최대한 빨리 걸어 내려가는것이 고소를 완화시키는 방법이란다....

분명 걸을 수 있는데 속도가 문제다....   일단 비샤르와 앞서서 걸었다....

앞서서 걸어가다보니 이대로는 해지기 전에 묵티나트 도착이 어려울것 같다.....

언덕을 거꾸로 올라 두사람을 찾았다......(제길 힘들어 죽는줄 알았다.....)

사천총각과 디니스의 배낭을 내가 받아메고.... 디니스에게 사천총각을 업으라 했다....

일단 500m 정도만 업고 내려가자.... 내려가면 조금 나아질 것 아니겠는가.....

디니스가 사천총각을 업고 내려갔다.... 나도 배낭을 챙겨 따라가는데 배낭 세개 메기가 쉽지가 않다....

30분쯤 걸어가니 디니스가 사천총각을 내려주고 쉬고있다.... 나도 같이 앉아 담배 한대.....

(이 높이에서 담배 피며 쉬는 트래커는 나뿐일게다....)

힘이 다 빠져서 도저히 못 업겠단다..... 어쩔 수 없지 뭐....

디니스에게 배낭을 돌려주고 먼저 내려가라고 한다..... 묵티나트에 먼저 가서 쉬고있으라고.....

사천총각과 함께 내려오는데 느려도 너무 느리다.... 5발짝 걷고 쉬고를 반복.....

빨리 내려가자고 했더니.. 먼저 가란다..... 먼저 내려왔다..... 죽던 살던 본인이 알아서 해야지....

근데 내려가는 길은 정말 길고 길다..... 경사가 급하지도 않은 내리막을 거의 2,000m를 내려가야 한다... 진짜 길다... 후...

 

12:00 묵티나트 1시간 전 롯지에 들러 접심식사.... 모모(140RS)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데 서양녀 둘이 내려와 전화를 찾는다.....

우리 뒤쪽에서 사고가 있었단다..... 쏘롱라에서 남자 한명이 다리가 부러졌단다.......

헬리콥터나 다른 도움이 필요해서 구조대에 연락을 해야 한단다....

포터들은 이미 먼저 산을 내려온 상황에서 도와줄 사람이 없단다.....

사우니에게서 핸드폰 빌려서 통화하게 해주고... 묵티나트가 1시간 거리에 있으니 빨리 가서 도움을 청해보라 했다....

근데 얘네들.... 사고가 난 상황에서도 희희낙락... 즐거운가 보다..... 참나....

 

점심을 먹고 한참을 기다리는데도 사천총각은 내려오지 않는다.....

한참을 기다리니 저쪽 언덕에서 사천총각이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내려오는 것 봤으니 안심하고 비샤르와 출발....

 

비샤르 뒷모습.... 저 멀리 묵티나트가 보인다...

 

 

 

14:00 묵티나트 도착...

묵티나트에 들어서니 디니스가 롯지 잡아놓고 기다리고 있다..... Hotel North Pole

사천총각을 찾는다... 같이 안왔느냐고.... 혼자 오고있다고 하니 디니스는 다시 사천총각 찾으러 간다....

일단 샤워하고 Seabuck Thorn Juice 한잔.....

며칠만에 샤워하고 따뜻한 햇볕 받으며 쥬스 마시고 있으니 쏘롱라도 넘었겠다.... 넘 편안하다.....

근데.... 이 롯지 인기가 좋다... 가장 먼저 방이 다 찼다.... 더운물도 잘 나왔었던것 같다....

지나가는 트래커들이 나를 보고... 네 친구는 아주 천천히 내려오고 있단다...

걱정 말란다.... Super Star 로군....

 

롯지 2층... 창은 3층의 다이닝..

 

2층의 테라스.... 시내를 내려다보며 차 마시기 좋다...

 

Seabuck Thorn Juice.... 새콤달콤하니 맛있다... 125RS

 

묵티나트 거리.....

 

Muktinath

티벳 불교의 성지라고 하던데... 마을 입구에 커다란 곰파가 있다....

마을 여기저기에는 티벳 기념품들을 직접 만들어서 판매 한다....

티벳의 영향을 많이 받은곳 같다...

힘들게 쏘롱라를 넘고나서 편히 쉴수 있는 마을이다......

 

롯지 옥상에서 본 곰파....  롯지 바로 뒤에 곰파가 있다...

 

옥상에 올라가보니 서양아이들 줄... 햇볕 잘 드는 자리에 테이블 옮겨놓고... 맥주를 마시고 있다...

명당자리다.... 녀석들 즐길 줄 아는구만......

 

해질녘이 다되어서 사천총각과 디니스가 도착했다.....

사천총각은 2층 계단 오르기도 힘들어한다...... 근데.. 계단 오르기는 나도 힘들다.......

산에 다니고 나서... 누군가 산에 오르는게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물론 힘들다.... 처음 산에 오를때도 지금도 산에 오르는 것은 힘들다.....

다만 힘든걸 견뎌내는 힘이 생겼을 뿐이다.... 

심장이 터질듯하고... 다리가 아파도.. 주저앉거나 쉬지 않고 꾸준히 걸을 수 있는 힘... 내겐 그것이 생겼다....

사천총각은 아마도... 자신만 힘들다고 생각할게다..... 아니다....

쏘롱라에서는 네팔리도 힘들어 한다.... 견뎌내는 것 뿐이다....

 

저녁식사는 Non Veg. 달밧(350RS).. 맥주 한병(280RS).....

저녁식사 후 다이닝에 모두 모였다.... H양. 처자2.... H양은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롯지에 있다....

다리 부러진 사람이 다국적군의 그리스 청년이란다..... 아.. 그 유쾌했던.....

쏘롱라에서 사진찍으며 까불다가 넘어졌단다..... 마리화나 탓일거라는 의견도 있다.....

서양 아줌마 한명은 고소때문에 기절을 했단다....

덕분에 포터들이 돌아가며 그 청년과 아줌마를 업고 내려오고.... 배낭은 트래커들이 번갈아 들고 내려왔단다....

H양도 잠시 배낭을 들었단다..... 자기 짐이 20kg인데.... 진짜 독하다......

구조대가 들것 들고 올라갔다는데.... 내려왔는지는 소식이 없다....

참 사건사고가 많은 하루다....

 

회복을 못하고 있는 사천총각을 위해서 처자2.가 의사를 불러 준다....

트래커중에 캐나다 의사가 있단다.....  이팀 저팀 다니며 환자들을 봐주고 있다....

의사가 진단해보고는 내일 좀솜으로 가서 병원에 가라고 한다...

어쩔 수 없지.....  디니스에게 지프 예약해서 둘이 먼저 좀솜에 가라고 했다.....

비샤르와 나는 걸어서 좀솜으로 가면 치료 끝나고 만날 수 있을거란 계산이다....

 

다이닝은 어수선하고 우리 팀에도 위기가 왔지만....... 어쨌거나 내겐 파티가 필요하다......

약도 없이 고소도 없이 쏘롱라를 넘은 날이다.....

수고했어 11월......

 

 

                                 .............................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