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2008년 크리스마스 지리산

11월... 2009. 5. 14. 15:15

12/24

10시 50분 용산발 구례구행 무궁화 열차에 오르다...

 

 

3일 전 내린 눈으로 구례 - 성삼재 구간이 차량 통제중이라고 지리산 홈피에 올라있었다...

노고단으로 가려거든 화엄사에서 산행 시작하라는데...  그건 무리고...

여기저기 전화해서 확인해보니... 차량통제는 풀렸다고 한다....

공지 좀 하지... ㅡㅡ^;;

 

 

10시 20분 쯤 용산역에 도착하여    예약한 표를 발권 하고

맥주 한캔 사러 구내매점에 가니 셔터를 내리고 있다....

마감이라 그런지 셔터문 안쪽은 엄청 분주하다..

유리문 두드려 다른 매점 없느냐 물으니 얼굴도 안돌리고 참 성의 없는 답변...

" 나가서 맞은편에 편의점 있어요...:

어느쪽으로 나가란 말인지..... ㅡㅡ;;;

 

 

맥주 한캔 사서 열차에 오른다...

머리 위 짐칸에 배낭을 올리는데.. 손등이 차갑다....

뭔가 새나보다.... 물통을 확인하니 이상 없다....

자세히 보니 선반에 남겨져있던 귤 한개가 내 배낭에 눌려 한쪽이 터져있다...

귤물이로구나... 청소를 안하나...

 

 

며칠간 매진이던 열차는 의외로 한산하다...

맥주 한 캔 원샷 하고 잠을 청한다... 역시나 쉽게 잠들지 못한다...

어제도 날밤 샜는데... @.@

내 옆자리는 내릴때 까지 아무도 않지 않았다...

 

 

 

12/25

메리크리스마스..

 

 

열차에서 내려 담배 한대 불 붙이기도 전에 택시기사가 붙는다....

" 혼자세요..? 성삼재 가세요..? "

" 네.. 중간에 김밥집 들려주세요..."

 

 

지난 봄에 택시기사는 김밥집을 들리지 않고 지나쳤다...

중간에 김밥집 안가느냐 물었더니 깜빡 했단다....

의도적이었던 것 같다....

아침점심을 빵 하나로 아껴 먹으며 산행하느라 탈진하는 줄 알았다...ㅡㅡ;;

 

 

택시 출발하자 다시 한번 확인 한다...

" 아저씨 김밥집 잊지 마세요..."

" 김밥집 안할껄요...." (이건 또 뭔소리....)

" 시내 김밥집 있을텐데요..."

" 문 안열었을껍니다...."

" 그럼 편의점이라도 들리게 해주세요..."

역시나 김밥 파라다이스는 불이 꺼져있다....

맞은편 편의점에서 김밥 두 줄 삼각김밥 2개를 샀다...

이게 없으면 지난 봄 다이어트 산행 재현이었을텐데.... 그나마 다행이다.....

구례구역 앞 가게들은 왜 김밥을 팔지 않는걸까...??

 

 

성삼재 휴게소 자판기 커피 한잔 뽑아.. 화장실로 가서  삼각김밥 두 개 해치우고 있는데...

청년 3명이 내려온다... (어쭈... 하산인가...?)

올라가다 보니 눈이 쌓여 있어서 다시 내려왔단다...

스패츠 포장을 벗기면서 착용법을 내게 물어본다....

물론 친절하게 답해준다....  여자였다면 직접 해줬을겠지만....  말로만 알려줬다...

올라가며 보니 스패츠 아이젠은 오버다.... 안 하길 잘했다.....

 

 

배낭을 매고 랜턴 켜고 내딛는 첫 호흡은 언제나 상쾌하다....

노고단 대피소 올라 물 채우고 한 시간쯤 빈둥거리다가 산행 시작한다....

노고단 일출을 기다릴까 했는데... 일출 보기엔 하늘도 별로고.. 기다리는 시간이 넘 춥다...

가는 길 중간중간 아이젠을 채우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눈이 쌓여 있어 부담스러운가 보다..

꿋꿋하게 안 하고 간다..... 사실 그리 미끄럽지도 않다....

 

 

해 뜬 후에도 오전 내내 날이 흐리다.... 눈발도 날린다...

실제로 눈이 내리는건지.. 바람에 쌓인 눈이 날리는건지 구분이 안된다...

덕분에 눈길은 어설프게나마 상고대를 보여준다

중간중간 만나는 칼바람이 눈물나게 춥다.... 태백산보다 더 춥다.....

김밥을 입에 넣고 씹는데... 서걱 한다.... 얼었다...

물통에 물도 얼었다.... 물은 윗부분부터 언다..

물의 비중은 4 일때가 가장 무겁고 어쩌고 해서......물리학의 법칙이란다...

겨울산행 때 물통을 거꾸로 해서 가지고 다니면 얼어서 못마시는 일은 없을꺼라는 말씀...

생각 못해서 얼음 깨고 물 마시느라 고생했다....

얼음김밥에 얼음물..... 그래도 배는 부르다....

 

 

이어폰을 하고 한참 걷고있는데... 커다란 소리가 들린다.... 곰이다....

놀라서 황급히 뒷걸음치며 이어폰을 뺀다..... 꾸어억~꾸어억~ 소리는 계속 들린다....

앞뒤를 보니 나 혼자다... 일단 다른사람이 지나가길 기다려본다... 아무도 안온다....

스틱을 공격모드로 전환하고 천천히 소리나는 곳을 지나보지만.... 곰은 보이지 않고 소리는 계속 들려온다..

통나무에끼리 비비면서 나는 삐그덕~소리 인것 같다..... 여기는 바람도 별로 없는데.... 소리가 왜이리 큰건지..

혹시나 해서 한참을 바라보았지만... 역시나 곰은 아닌가 보다.. 십년감수했다...

 

 

아이젠을 안 한건 괜찮았지만 스패츠는 하고 다닐껄 그랬다...

스패츠를 하면 확실히 다리에 보온효과가 있다...

연하천 대피소 즈음부터 길이 미끄러워 아이젠을 한다....

슬슬 파란 하늘도 보이기 시작한다....

연하천 도착해서 고어 점퍼를 벗어보니.... (고어다.!)

어라.... 점퍼와 내피 사이에 얼음투성이다...... 이러고도 살 수 있구나.....

점퍼 뒤집어 털고 말리고 내피에 붙은 얼음도 털어낸다...

신기하게 얼었지만 젖지는 않았다.....

 

 

눈이 많이 쌓여있다고 미끄러운 것은 아니다...

쌓인 눈의 뽀드득 거리며 폭신한 느낌을 즐기려면 아이젠 없는 걸음이 훨 즐겁다..

눈이 녹았다가 다시 얼었던지.. 지나가는 사람이 많아 눈길이 단단히 다져져 있다면 미끄럽겠지만...

이런 길도 앞서간 사람들의 아이젠과 스틱의 자국으로 그리 미끄럽지 않다...

다만 눈길 미끄럼에 대한 공포가 있다면 걷는 동안 주의를 기울이느라 몸과 마음이 피곤해 질 수 도 있다...

이런 경우에 심리적 안정을 갖으려면 아이젠을 하는것이 편하다....

다만 밴드형 아이젠의 경우는 어쩔 수 없는 발의 피곤함을 동반한다...

체인젠은 그나마 발이 덜 피곤하긴 하다..... 

결국 개개인의 선택사항이다.... 모.... 쓸데없는소리....

 

 

벽소령 도착하니 2시 반이다.... 넘 일찍이다...

추워서 마땅히 쉴 곳도 없었고... 날이 안 좋아 보이는 것도 없어서 그랬지 싶다...

대피소 내부도 넘 냉골이다.....  물통의 얼어있던 물이 실내에서도 녹을 줄 모른다...

땀에 젖은 옷 갈아입고.. 다운 꺼내 입고... 그 냉골바닥에 누워서 30분 쯤 기절한다....

현재 기온은 -10도를 향해 달린다... 점점 더 떨어지는 중이다.... 풍속은 10m/s

 

 

라면+햇반1/2+스팸+소주 로 저녁을 먹는다.... 

혼자 먹는 저녁이 외롭다.......

어제와 다르게 별이 많아 별구경을 하고싶지만... 하늘향해 고개 들면 얼굴에 칼바람이 덮친다...

예상대로 대피소 침상은 널널하다.. 연하천에서 1박하던지... 세석에서 자리잡는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8시 전에 잠자리에 든다.... 다운파카에 양말도 신은 채로 자지만 금새 기절모드다...

메리크리스마스다......

 

 

 

12/26

합류

 

 

5시에 눈을 떴지만 최대한 늑장을 부려 아침식사에 커피까지 한잔 한다....

커피믹스 두 개에  인삼차 한 봉지를 넣어서 마셨다....

이렇게 하면 알리카페랑 비슷한 맛이 난다고 하는데....

알리카페를 맛을 몰라서 그런가보다 한다.....

인삼차가 열나게 해준다고 해서 이렇게 마신다....

 

 

어제 하도 추위에 고생해서 해 다 뜨면 출발한다고 10시 다 되어서 출발한다...(최저기온 -17℃)

해가 좋다... 가는 내내 해가 좋다.... 가끔씩 만나는 칼바람도 어제보다는 줄었다....

능선을 동쪽과 서쪽 어느쪽으로 지나는가 차이인것 같다..

바람은 항상 동쪽(왼쪽)에서 불어온다.... 오늘은 암만해도 능선 서쪽을 많이 타는것 같다...

중간중간 남해바다가 보인다.... 공기가 차고 깨끗하니 시야가 길다....

잘 보면 사량도 지리망산이 보인단다.....

그렇겠지.... 지리망산에서 지리산이 보인다니...

 

 

어제 김밥 덕분에 남은 비상식량 빵으로 세석에서 점심을 한다....

다른이들은 식사준비하느라 정신 없는 사이에 자리하고 앉아서 언빵에 얼음물이다....

어제보다 확실히 바람이 없어 맨손에 담배를 피워도 된다....

사실 잡갑 낀 손으로 피는 담배는 별로다....

 

 

세석에서 장터목 가는 구간은 언제나처럼 유유자적이다.....

멀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고.....  스패츠까지 하고 다니니 다리도 따뜻하다.....

 

 

12시 20분넘겨서 와이프와 통화가 됐다.....

버스가 조금 늦었나보다....

와이프와 종주를 같이 시작하지 못하고 와이프는 오늘 동서울에서 첫버스(08:20)를 타고 백무동에서 올라오기로 했다...

백무동에서 장터목까지 3시가 30분거리.... 해지기 전에 도착 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장터목대피소에 식수대가 얼어서 150m를 더 내려가야 임시식수대가 있단다.....

1L 물통하나 들고 덜렁덜렁 내려가는 데 길이 장난이 아니다.... 완전 빙판이다.....

등산화끈 고쳐매고 한손으로 로프 잡고 내려가는데...  불안불안...

올라오는 이들이 그거 한통 가지고는 후회할꺼란다.....

맞다.... 인건비도 안나온다.... 세석에서 물 채워서 오던지할것을....

진짜 미끄럽다..... 아이젠 필수다.....

 

 

5시 침상 배정을 받을때까지 도착하지 못했다...

아이젠과 스틱만 챙겨 마중가려는 차에 와이프가 도착했다....

5시 20분... 5시간 걸렸다....

와이프와 잠시 노을을 감상하고 식사를 한다.....

꽁치통조림+김치+라면2개

옆의 아저씨가 묻는다....

" 라면에 꽁치 넣으면 맛있어요...?"

" 라면에 꽁치 넣으면 비린데... 꽁치김치찌개에 라면사리 넣으면 먹을만 해요.."

꽁치통조림에 밑반찬에 귤 등등.... 한짐 메고 올라왔다.... 그러니 오래걸렸지....

 

 

해가 지니 아랫마을 불빛이 선명하다..... 처음이다.....

그간 장터목에는 운무가 참 많았던가 보다.... 저 많은 불빛들을 숨기고 보여주지 않았으니...

불빛이 참 많기도 하다.... 하늘에 별도 많다.....

사방에 구름이 없는걸 보니 내일 일출이 기대된다.....

사전에 정보가 있었는지 우연인지 사진사들이 단체로 올라왔다....

구워라... 마셔라.... 시끌벅적하다......

와이프는 덕유산 옆서에 우표를 붙인다..... 계룡산 왕언니한테 보낸단다...

5시30분에 보기로 약속하고 잠자리에 든다....

안전한 Join 이어서 다행이다...

 

 

 

12/27

일출..

 

 

어제와 다르게 선잠을 자다가 5시 전에 눈을 떳다...

화장실에 가는김에 일어나자고 나서니....연하Room 계단에 와이프가 있다....ㅋㅋ

커피를 타서 보온병에 담고.. 한잔은 마시고.... 발목좀 풀고...

양말과 장갑에 핫팩 붙이고 랜턴 챙겨 출발한다....

일출시간이 7시35분이니 6시에 출발하면 여명을 볼 수 있다.

가는길에 통천문에 머리 한번 박아주고.. ㅡㅡ;; 천왕봉 도착할 때 쯤 여명이 시작된다.....

동쪽하늘에 구름이 조금 있긴 하지만... 데코레이션으로 봐줄만하다...

빨갛게 솟아오르는 일출을 보며...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들 구경하며....

(천왕봉 정상에 옹기종기 모여 한곳만 바라보는 모습은 따~악 달력 사진이다...)

소원도 빌고..... 사진 모델도 되어주고 한다....

보온병에 커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내년 크리스마스는 ABC에서 맞이하기를..........

 

 

법계사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있는데다가 눈까지  쌓여있다... 조심조심...

법계사에서 아침 먹으며 대피소직원에게 법계사 버스레 대해서 물었다....

자연학습원 근처에서 타면 된다는데..... 법계사 신도용 버스이니 법계사에 문의하란다....

버스가 얼마간격으로 있느냐고 물으니.... 모른단다.... (알고있는 눈치다..)

 

 

법계사 버스 타고 중산리로 내려왔는데.... 버스정류장까지가 아니고 매표소까지만 운행한다....

결론은 별 메리트 없다.....

원지행 버스표 끊고 원지정류장에 전화해서 환승(?)버스 예약을 한다...

원지정류장 전화번호/버스시간표는 표 끊는 가게 앞에 있다...

원지에 내려서 예약한 확인해달라고 하니 횡설수설이다....

모라모라 웅얼웅얼하는데... 결국은 확인해서 받았다...

원지-서울 버스비가 2만원으로 오른지 3달 됐단다...

이 말만 정확히 알아들었다.... 휴....

 

 

근처 마트에서 맥주 한캔, 생수 한통, 귤 사고... 점심은 붕어빵으로 때운다....

붕어빵 리어카 두개가 나란히 붙어있는데... 완전경쟁업체다.....

붕어빵 아줌마 63빌딩 어떻게 가냐고 물어보는데... 아직 서울 가본적이 없단다..

애기들 데리고 서울가서 63빌딩 구경시켜주고 싶다는데.... 올해는 꼭 그리하시길.....

 

 

남부터미널행 버스를 타고 3시간 20분....

지리산 봄/여름/가을/겨울 종주를 한번씩 했다..... 수고했수다...

내년 겨울은 ABC에 갈 수 있기를....

 

 

 

 

 

-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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